시골살이

시골살이 현실 10편: 도시로 돌아간 귀촌자들을 만나 듣게 된 진짜 이유들

eoil0023 2025. 7. 1. 08:44

나는 지금도 시골에 살고 있다.
2년을 넘겼고, 여전히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하지만 나처럼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보다,
이미 다시 도시로 돌아간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귀촌 초기에는 매달처럼 이삿짐 트럭이 마을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왔다더라”, “젊은 사람이 들어온다더라”는 소문이 돌았고
어르신들은 반가워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몇 달이 지나면 그 집에 불이 꺼졌다.
텃밭은 방치됐고, 커튼은 닫힌 채로 몇 주가 흘렀다.

그렇게 시골살이를 시작했다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간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는 그들이 왜 떠났는지 궁금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사람들과 연락이 닿았다.

이 글은 내가 직접 만나 들은
귀촌 후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된 4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정리한 글이다.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엔 시골살이의 공통된 위험 요소와 실패의 힌트가 숨어 있었다.

혹시 지금 귀촌을 고민하고 있다면,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꼭 들어봐야 한다.
그래야 남는 법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살이 : 귀촌자들이 돌아간 이유

사례 1 "자영업 접고 시골로 왔지만, 적응보다 외로움이 더 빨랐다."

인물: 김○○(남, 40대 중반, 전직 카페 운영자)

김 씨는 서울 합정에서 10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다
코로나 시기 매출 하락과 번아웃으로
강원도 홍천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로 귀촌했다.

처음엔 낭만적이었다.
텃밭도 가꾸고, 목재로 직접 가구도 만들며
사진을 SNS에 올리면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버거울 줄 몰랐다고 했다.

    “시골은 생각보다 말할 사람이 없어요.

    그냥 인사하고 지나가는 이웃은 있지만, 대화는 없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쌓이니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왜 여기에 있나 싶더라고요.”

 

그는 결국 10개월 만에 다시 경기도 외곽으로 나갔다.
지금은 주택가 근처에서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사람이 오고 가는 삶으로 돌아갔다.

포인트:

  • 시골살이에서 외로움은 생활 인프라보다 치명적일 수 있음
  • 사회적 연결망이 약할수록, 고립은 멘탈 붕괴로 이어짐

사례 2. "남편은 좋았지만, 나는 우울했다."

인물: 이○○(여, 30대 후반, 전업주부)

이 씨는 남편의 강력한 희망으로 귀촌을 결정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충북 제천 인근 마을에 정착했지만,
3개월 만에 적응 실패 후 가정 내 갈등이 폭발했다.

 

  “남편은 농사 배우고, 마을 행사 다니고 바쁘게 잘 살았어요.

  하지만 저는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었어요.
  친구도 없고, 마트도 멀고, 아이들 교육 정보도 없고…
  제가 없어도 이곳은 아무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시골살이는 누군가에겐 해방이었지만,
누군가에겐 감금처럼 느껴졌다.
가족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한 사람만 무너지는 순간, 전체가 흔들린다.

결국 이 씨 가족은 6개월 만에 다시 도시로 복귀했다.
부부는 현재도 이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

  • 가족 구성원 간 ‘귀촌 동기와 열망의 불균형’은 빠르게 갈등을 만든다
  • 시골살이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공동의 전환’이어야 한다

사례 3 "내가 생각한 '일'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인물: 정○○(남, 50대 초반, 귀농 창업 실패)

정 씨는 도시에서 퇴직 후,
‘시골에서 고추 농사 짓고 직거래하겠다’는 목표로 전북 완주에 정착했다.
농업기술센터 교육을 수료하고, 귀농 창업 지원금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첫해 수확을 마치고 사업을 접었다.

“수익이 없었어요.
고추 한 박스에 몇천 원 남기자고 땡볕에서 3개월을 매달렸는데
포장비, 배송비, 인건비 다 빼면 진짜 아무것도 안 남아요.”

게다가 도시에서 하던 ‘사업 감각’이 시골 유통 구조와는 전혀 달랐다.
생산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판매와 유통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정 씨는 현재 다시 경기도로 돌아가
온라인 창업 컨설팅을 하며 지낸다.

포인트:

  • 농사로 수익을 내는 건 ‘시간 + 시스템 + 지역망’이 필수
  • ‘귀농 창업’은 사업 경험자에게도 만만하지 않다

사례 4 "몸이 말을 안 들었어요. 결국 건강이 문제였죠."

인물: 박○○(여, 60대 초반, 부부 귀촌)

박 씨 부부는 정년퇴직 후 충남의 작은 마을로 귀촌했다.
정원을 가꾸고, 마당에서 고양이와 노는
느긋한 노년의 삶을 꿈꿨다.

하지만 그 꿈은 무릎 통증과 허리 통증으로 깨졌다.
장작 패기, 김매기, 쓰레기 소각, 눈치우기…
하루하루가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도시에서 3천 보도 안 걷던 사람이

   하루 2만 보씩 걷고, 땅 파고, 물 나르고 하니까
   무릎이 바로 망가졌어요.”

 

결국 병원 왕복을 반복하다,
의료 인프라가 좋은 도시로 복귀를 결정했다.
지금은 도심 아파트에서 ‘가끔 텃밭 체험하러 시골에 가는 삶’을 택했다.

포인트:

  • 귀촌은 체력과 건강이 기본 자산이다
  • 노년 귀촌은 ‘소유’보다 ‘체험’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떠난 사람들의 말 속에 ‘지속 가능한 시골살이의 조건’이 있다

나는 떠난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들의 선택은 용기 있는 후퇴였고,
그들의 경험 속엔 우리가 배워야 할 통찰이 있다.

남는 사람은 떠난 사람의 이유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떠날 사람도 남은 사람의 고민을 들어야 한다.
그 교차 속에서
‘지속 가능한 시골살이’라는 진짜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만약 당신이 지금 귀촌을 고민하고 있다면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라.
그 속에서 진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결국 시골살이는 준비가 필요하고,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