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시골살이 현실 17편 : 왜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가: 떠난 이들의 이야기

eoil0023 2025. 7. 3. 12:10

“이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살아야겠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며 귀촌을 결심한다. 시골은 도시의 빠른 속도와 경쟁, 높은 비용 구조에 지친 사람들에게 마치 안식처처럼 다가온다. 자연, 여유, 자급자족, 인간적인 관계. 이 네 단어는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흔들고, 결국 귀촌이라는 맘을 먹고 준비하고 실제로 귀촌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일부는 다시 짐을 싸게 된다. 조용히 이삿짐 트럭이 마을에 들어오고, 어느 날부터 빈 집이 된다. 나는 시골살이 3년 동안 실제로 떠나는 사람들을 최소 다섯 번 이상 가까이에서 봤다.
그 중 일부는 1년도 채우지 못했고, 어떤 이는 몇 년을 버티다 결국 떠났다..

이 글은 그들의 이야기를 ‘실패담’으로 소비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시골살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 “떠나는 이들은 이런 이유로 흔들렸다”는 것을 진심으로 공유하고 싶어서 이번 글을 준비했다. 

시골살이 현실 : 왜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지

‘떠남’은 무책임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맞지 않음을 솔직히 인정한 용기이기도 하다.

도시인이 시골에서 버거워하는 진짜 이유 1 – 생활 인프라와 불편함 

떠난 사람들 대부분은 말한다.

 

“살기 불편해서요.”  그 한마디 안에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서울에 살던 M씨 부부는 2022년 봄, 충북의 한 마을로 귀촌했다. 부부는 재택근무가 가능했고, 텃밭과 반려견을 키우며 평화롭게 살 계획이었다.
그러나 첫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떠났다.
가장 큰 이유는 “생활의 기본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택배가 자주 지연되고, 반품이 어려웠다.

    병원은 20분 넘게 차를 타고 나가야만  했고, 응급 상황이 오면 불안했다.

    안과나 피부과 등, 내가 필요한 병원 진료는 아 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인터넷 속도는 영상통화조차 끊기기 일쑤였다.

    장을 보려면 읍내까지 차를 몰아야 하고, 밤 8시 이후엔 배달은 물론 음식점도 없다.

      

 

도시에서는 무심코 누리던 인프라가 시골에선 ‘노력해야 겨우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소한 불편함’이 하루, 한 달, 계절을 지날수록 심리적 피로로 축적되었다.

또 다른 친구인 M씨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하루 작은 불편함이 쌓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더라. 삶이 아니라 생존 같았어.”

그 말이 유독 가슴에 남았다.
시골의 자연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거칠고 복잡하다. 도시인이 느끼는 시골의 최대 단점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 시간, 삶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인이 시골에서 버거워하는 진짜 이유 2 – 공동체 피로감과 외로움

L씨는 30대 후반의 싱글 여성이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전남의 한 어촌 마을로 귀촌했다.
1년 동안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급자족 라이프를 보여줬고, 꽤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서울로 돌아갔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매일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삶이 버거웠어요.”

 

시골은 익명성이 거의 없다. 누가 언제 외출했는지, 누가 요즘 말을 안 하는지, 문이 왜 하루 종일 닫혀 있는지, 택배가 며칠째 대문 앞에 있는지 — 모두가 서로를 알고 관찰한다.
이런 시선은 때로 ‘정’이 되기도 하지만, 혼자 있고 싶은 사람에겐 감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마을엔 누구나가 지켜야햘 암묵적인 규칙이 많이 있다. 

 

  회관 청소는 한 달에 한 번 돌아가며 해야 한다.

  이장님 생신이나 마을 어르신 제사에 얼굴을 비춰야 한다.

  갑자기 모여 일을 해야 하는 ‘날 잡기’가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이 마을에선 당연한 일이지만, 외지인에게는 피로와 긴장의 연속이 될 수 있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에겐 외로움이 훨씬 더 극단적으로 다가온다.
마을에 또래 친구가 없고, 대화가 단절되며, ‘서울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오래 남는다.
외지인이라는 정체성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그 외지인이라는 정체성에 점차 피로감을 느꼈을 때,  사람들은 다시 돌아갈 도시를 떠올린다.

떠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 – “시도한 건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떠난 사람들에게 직접 연락해본 적이 있다. “지금 후회하냐”고 물었을 때, 공통된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요. 해봤기 때문에 더 정확히 알게 됐어요.”

 “내가 시골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된 거죠.”
 “도시가 좋은 게 아니라, 내가 도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이것도 삶에 대한 좋은 경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그들은 실패한 게 아니다. 오히려 시도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들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은 누군가에게 천국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감옥일 수도 있다.
살아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고, 실제로 살아봐야만 느끼고 알 수 있는 것이다. 
책으로도, 영상으로도 다 알 수 없다. 살아보는 것만이 유일한 검증 방법이다.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시골살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진지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돌아온 건 실패가 아니라, 나를 더 이해하게 된 선물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떠난 사람들이 단지 시골살이만을 포기한 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맞는 길을 다시 선택한 것이라는 점이 위로가 되었다.
떠난 사람도, 남은 사람도, 각자의 길이 정답일 수 있다.

다만 아직 나는 남아있고, 계속해서 시골살이를 도전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