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현실 19편 : 시골살이와 아이들 교육 가능한 선택일까?
내가 처음 귀촌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이’였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가 하루 종일 아파트와 학원 사이를 오가고,
공터 대신 스마트폰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걸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속도와 방향, 아이에게 정말 괜찮은 걸까?”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더 느린 삶, 더 푸른 공간, 더 많은 여백 속에서 키우고 싶다.
학원 대신 텃밭에서 흙을 만지고,
스마트폰 대신 나무 위에 올라가 놀고,
시험 대신 ‘자기다움’을 찾게 해주는 삶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바람을 가진 부모는 많다.
그리고 그 진심은 절대 잘못되지 않았다.
문제는 현실의 교육 환경이 그 진심을 버텨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골의 교육은 단순히 학교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도시처럼 시스템과 네트워크, 교육 인프라가 완성되어 있지 않다.
시골에서의 교육은 부모가 만들어야 한다.
학교가 아닌, 부모의 의지와 체력, 정보력이 곧 교육의 품질을 좌우하는 구조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시골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얼마나 실질적인 전략과 준비를 요하는 일인지 솔직하게 풀어보려 한다.
시골 교육 현실 1 – 학교는 있지만 ‘교육’이 부족하다
귀촌을 결정하기 전, 우리는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를 찾아갔다.
학생 수는 전체 학년 다 합쳐서 28명이였다.
전교생이 한 교실에 모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아이들은 자유롭고 천진했다.
쉬는 시간마다 마당에서 뛰어놀았고, 닭에게 모이를 주기도 했다.
그 모습은 도시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뒤엔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1. 담임 교사가 매년 바뀐다
작은 학교는 교사 수가 적고,
순환근무제로 인해 한 선생님이 오래 머무는 경우가 드물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중요한 ‘담임 교사’가 매년 바뀌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
우리 아이도 처음 담임 선생님과 친해진 뒤 이듬해 선생님이 전근을 갔다.
새로운 선생님은 도시에서 갓 내려온 분이었고,
시골 환경과 학교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시행착오가 많았다.
2. 수업의 질과 선택과목의 부재
미술, 음악, 체육, 과학 등은 대부분 담임이 겸임하거나,
비정기적으로 외부 강사를 초빙한다.
일관성 있는 교육이 불가능한 구조다.
예를 들어,
미술 시간엔 종이접기를 반복하거나,
음악 시간엔 유튜브로 동요를 듣는 게 전부인 날도 많았다.
도시에서는 다양한 예체능 과목이 전문 교사에 의해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반면,
시골에서는 대부분 ‘형식적인 운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3. 또래 친구가 없다
도시에서는 같은 반에 최소 20~30명 정도의 친구가 있고,
다양한 성향, 사고방식, 배경의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
반면 시골에서는
같은 학년에 단 한 명, 전교생이 30명 이하, 3개 학년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
이런 구조가 일반적이다.
우리 아이의 반에는 1학년이 두 명뿐이었다.
그 중 한 명이 조기 전학을 가면서,
아이 혼자 남아 수업을 받았다.
친구 없이 쉬는 시간을 보내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4. 방과 후 활동이 거의 없다
도시에서는 태권도, 피아노, 미술, 과학 실험, 영어 회화 등
다양한 방과후 수업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그런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된다.
시군 단위 프로그램조차 주 1~2회 불규칙하게 열릴 뿐이고,
교통 문제 때문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아이의 ‘다양성 경험’은
부모가 직접 발품을 팔아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시골 교육 현실 2 – 중·고등학교는 사실상 ‘귀촌의 벽’이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교육의 방향’이 본격적으로 갈리기 시작한다.
시골에서는 중학교 진학부터
도시와의 교육 격차가 현실로 드러난다.
1. 통학거리와 교통 인프라의 문제
대부분의 시골 마을에는 중학교가 없다.
있더라도 ‘차로 30~40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통학버스가 없는 곳도 많다.
아침마다 학부모가 아이를 태워줘야 하거나,
기숙사에 보내야 하는데,
기숙 시설의 환경이나 운영은 안정적이지 않다.
우리 마을의 중학교는
차로 25분 거리였고,
겨울에는 눈길로 인해 왕복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2. 입시 정보의 단절
시골 중학교는
진학지도 전문 교사가 부족하고,
수시·정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
모의고사, 진학 설명회 등도 대부분 부재한다.
아이 혼자 정보를 얻는 건 불가능하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모으고,
외부 전문가와 연결하지 않으면
진로 설계 자체가 공중에 뜨게 된다.
도시에서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입시 환경에 노출된다.
시골에서는 ‘무지’가 기본값이 된다.
3. 학원과 학습 선택권의 부재
시골 마을에는 학원이 없다.
인근 읍내에도 대부분 영어·수학 학원 한두 곳이 전부다.
선택지도 없고,
수준도 제각각이다.
게다가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인 학원 출석조차 유지하기가 힘들다.
결국 부모가 데려다주거나,
온라인 수업을 활용해야 하는데,
아이의 자기주도 학습력이 부족하다면 금세 흐트러진다.
그 결과,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도시로 다시 이주를 선택하는 가정이 급증한다.
귀촌을 했지만 다시 되돌아가는 주요 전환점이 바로 ‘중학교’가 된다.
시골 교육 현실 3 – 결국 부모가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시골에서는 교육이 자동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학교가 제공하는 건 아주 기초적인 틀뿐이다.
그 틀을 채우는 건
부모의 체력, 정보력, 실행력이다.
1. 부모가 모든 걸 직접 설계해야 한다
아이의 진로, 학습 수준,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 선정
온라인 수업 플랫폼 조사 및 비교
인근 도시 학원 탐방
자가 차량 이동 시간 계획
외부 캠프·프로그램 정기 신청
독서·문화·창의 활동까지 직접 기획
도시에서는 학교와 학원, 커뮤니티가
이 기능을 대부분 대신해준다.
시골에서는 부모가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2. 교육은 결국 ‘부모의 체력 싸움’이다
한 마을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밭일 끝나고 아이 수학 과외 자료 만들고,
주말엔 도시로 영어 원정 학원 다녀요.
사실 아이보다 내가 더 지쳐요.”
시골의 삶 자체가 노동이다.
그런데 그 위에 교육이라는 무게가 더해지면
부모는 쉽게 번아웃에 빠진다.
자녀를 위한 삶을 꿈꾸고 귀촌했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는 삶으로 변해버리기 쉽다.
3. 관계 단절은 정보 단절로 이어진다
시골에선 교육 관련 정보 공유가 활발하지 않다.
학교 간 네트워크도 거의 없고,
부모들끼리 정보를 교류하는 장도 적다.
결국 고립된 정보 속에서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많다.
그래서 교육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부모가 먼저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시군 단위 모임, 온라인 플랫폼, 교육지원센터 등과
꾸준히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