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현실 7편: 지인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에 대한 대답
귀촌한 뒤부터 지인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았다. “심심하지 않아?”, “진짜 생활비 적게 들어?”, “돈은 어떻게 벌어?” 현실적인 궁금증에 대해 솔직하게, 두 해 넘는 시골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 답해본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하고 나서부터, 내 전화와 메시지는 묘하게 바뀌었다.
예전엔 “언제 서울 오냐”가 주된 연락이었는데,
이젠 “거기 진짜 살만해?”로 시작되는 질문이 훨씬 많다.
특히 요즘엔 귀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면서,
예전에 연락 없던 사람들도 갑자기 물어오곤 한다.
“야, 너 시골 내려가서 후회 안 해?”, “시골에 살면 진짜 돈 안 드냐?”, “심심하지 않아?”
이 질문들에 처음엔 하나하나 답해줬지만,
같은 질문이 반복될수록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다.
귀촌 2년차가 된 지금, 실제로 지인들이 자주 물어본 질문 10가지를 모아서
내가 겪은 현실과 느낀 점, 그리고 진심을 담아
있는 그대로의 ‘시골살이 답변서’를 만들어 본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궁금증을 갖고 있다면
누군가의 삶을 진짜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Q1. 시골에 살면 진짜 돈이 거의 안 들지 않아?
A: 아니다. 상상보다 돈이 꽤 많이 든다.
물론 집세가 없고, 식재료 중 일부는 자급하지만,
기름보일러 연료비, 택배 배송료, 자재비, 농기구 구매,
갑작스러운 집 수리, 차량 유지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많다.
도시에서 빠져나가는 소비는 줄지만,
시골에서 새롭게 생기는 비용은 꾸준히 생긴다.
나는 오히려 첫 해에는 도시보다 지출이 더 많았다.
Q2. 심심하지 않아? 할 게 없잖아.
A: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 진심이다.
매일 아침 텃밭, 가축, 장작, 집안일, 마을일 등
물리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책 읽거나 영상 보거나, 그냥 눕는 시간이 아예 없다.
도시에선 심심해서 무언가를 했지만,
시골에서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여가를 따로 챙겨야 한다.
Q3. 시골 사람들, 외지인에게 친절해? 아니면 배척해?
A: 진짜 복불복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조건부 호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엔 친절하다. 하지만 그 친절을 유지하기 위해선 참여와 책임이 필요하다.
마을 행사 빠지거나, 인사 안 하거나, 너무 도시식으로 행동하면
금세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나는 일부러 ‘모른다’고 말하면서 많이 배웠고,
그걸 통해 마음을 열 수 있었다.
Q4.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우울하지 않아?
A: 처음엔 많이 무너졌다. 특히 첫 겨울이 그랬다.
하지만 고요함이 익숙해지면,
그 시간이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으로 바뀐다.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소중하다.
시골에선 외로움을 견디는 힘이 결국 귀촌의 지속력을 결정한다.
Q5. 정말 인터넷이나 전기 같은 건 문제없어?
A: 지역에 따라 다르다. 내 경우, 전기도 자주 나가고 인터넷도 불안정했다.
특히 폭우나 눈이 올 때는 전기 복구가 1~2일 걸리기도 한다.
인터넷은 광랜이 안 들어오는 지역이 많다.
귀촌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통신 커버리지와 전기선로 상태’부터 확인해야 한다.
Q6. 병원이나 편의시설은 불편하지 않아?
A: 매우 불편하다. 응급상황에 특히 취약하다.
내가 사는 마을은 병원까지 40분 거리다.
야간 진료, 응급실, 약국 모두 접근성이 나쁘다.
감기나 단순 외상이면 괜찮지만,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엔 굉장히 위험하다.
그래서 자가 처치용 구급함, 비상식량, 기본 약품은 항상 구비해 둔다.
Q7. 도시 친구들이 놀러 오면 뭐 해줘? 진짜 할 거 있어?
A: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봄엔 산책과 채취, 여름엔 물놀이, 가을엔 수확 체험.
처음 오는 사람들은 별거 없어도 감탄한다.
하지만 두 번째 방문부터는 다르다.
그땐 뭔가 ‘경험거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나는 아예 ‘시골살이 1일 체험 코스’를 만들어 놨다.
텃밭 가꾸기 → 장작 패기 → 마당 식사 → 논두렁 걷기 → 별 보기.
그 코스대로 하면, 대부분 만족하고 간다.
Q8. 시골살이 후 제일 많이 바뀐 건 뭐야?
A: ‘시간 감각’과 ‘자기 책임감’이다.
도시에선 알람이 시간의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해와 날씨, 계절의 흐름이 나의 스케줄이다.
또한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다 보니,
남 탓을 안 하게 된다.
수도관이 얼어도, 비가 와도, 결국 내가 준비 못한 내 책임이다.
이건 삶을 훨씬 성숙하게 바꿔준다.
Q9. 마을과 안 맞으면 어떻게 해? 도망칠 수 있어?
A: 이게 가장 어려운 문제다. 마을 분위기와 안 맞으면 정말 힘들다.
그래서 나는 입주 전에 그 마을에 3번 이상 ‘잠시 살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카페나 농장이 아니라 실제 거주 공간에서 며칠 지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이 생기면, 해결 방법은 정면 돌파 아니면 이사뿐이다.
정답은 없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문제를 키운다.
Q10. 너 지금 후회 안 해?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
A: 후회한 적 많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진 않다.
여기서의 삶은 불편하다.
그렇지만 내가 살아 있는 느낌이 확실히 드는 곳이다.
도시에선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었고,
그게 오히려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단순하지만, 모든 걸 내가 결정한다.
그게 나를 진짜 살게 한다.
시골살이는 질문을 만들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귀촌에 대해 묻는다.
그 질문은 대부분 삶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시골살이는 ‘답’을 주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며 답을 찾아가는 곳이다.
나는 지금도 수많은 질문에 답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왜 이 길을 택했지?” “내일도 버틸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질문조차도
도시에선 할 수 없었던 "삶다운 고민"이라는 점에서,
나는 지금 이 시골살이가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낀다.
혹시 당신도 질문이 있다면,
직접 내려와서 답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