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현실 20편 : 가을은 농사의 결과가 아니라 ‘몸의 고장’으로 돌아온다
도시에 살 때 가을은 늘 편안하고 설레는 계절이었다.하늘은 높고, 공기는 선선하며, 카페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고 커피한잔 하고 싶은 날들이 이어졌다.걷기 좋고, 나들이 가기 좋고, 어디든 낙엽이 깔려 운치 있는 계절.대부분의 사람은 가을을 ‘결실의 계절’로 떠올린다.하지만 시골에서 세 번째 가을을 맞이한 지금,나는 가을을 말할 때 ‘무너진다’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왜냐하면 시골에서의 가을은단순히 ‘수확’의 시기가 아니다.그건 곧 온몸을 혹사하고, 잠을 줄이며,자신을 갈아넣는 계절이기 때문이다.텃밭은 하루가 다르게 작물이 익고,잡초는 그 속을 비집고 자라며,과일은 제때 따지 않으면 썩기 시작한다.김장 준비, 고추 말리기, 마늘 건조, 땅 뒤집기,그리고 이웃과의 나눔까지.가을은 끝이 없다.그리고..
2025.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