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3 시골살이 현실 12편 : 봄, 농사보다 더 바쁜 계절의 시작 도시에서 살 때, ‘봄’은 단지 계절의 변화에 불과했다. 패딩을 벗고, 벚꽃이 피면 나들이를 가고, 카페 야외 자리에 앉는 정도의 일상이 전부였다. 하지만 시골에서 맞이하는 봄은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봄은 그 자체가 ‘일’이며 ‘전투’의 시작이자 ‘사회생활’의 본격적인 재가동이다. 보통 사람들은 봄이면 농사철이 시작된다고만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농사보다 더 먼저, 더 바쁘게 몰아치는 일들은 따로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시골 마을 특유의 ‘시작 의식’과 ‘공동체 의무’, 그리고 ‘생활 기반 재정비’다.겨울 동안 마을은 거의 정지 상태처럼 돌아간다. 사람들도 조용하고, 서로의 방문도 뜸해진다. 하지만 봄이 시작되면 마치 시간이 다시 흐르듯, 마을 전체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 움직임.. 2025. 7. 1. 시골살이 현실 11편 : ‘이웃과 거리 두기’는 가능한가? 시골 공동체의 현실 귀촌을 결심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단어는 ‘조용함’이었다. 사람에 치이지 않고, 누군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었다.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갔고, 사람 사이의 관계는 대체로 얇고 건조했다. 그런 점에서 시골은 훨씬 따뜻하고 인간적인 삶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 경험해본 시골의 인간관계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그곳에서는 ‘거리 두기’라는 개념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물리적으로는 멀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지나치게 가까웠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 출신인지, 왜 이 마을에 왔는지 끊임없이 설명해야 했고, 매주 새로운 관찰과 평가가 따라다녔다.‘이웃과 거리 두기’는 과연 가능한 일일까? 지금부터 내가 실제로 겪은 시골 .. 2025. 7. 1. 시골살이 현실 10편 : 도시로 돌아간 귀촌자들을 만나 듣게 된 진짜 이유들 나는 지금도 시골에 살고 있다.2년을 넘겼고, 여전히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낸다.하지만 나처럼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보다,이미 다시 도시로 돌아간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귀촌 초기에는 매달처럼 이삿짐 트럭이 마을에 들어왔다.“서울에서 왔다더라”, “젊은 사람이 들어온다더라”는 소문이 돌았고어르신들은 반가워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몇 달이 지나면 그 집에 불이 꺼졌다.텃밭은 방치됐고, 커튼은 닫힌 채로 몇 주가 흘렀다.그렇게 시골살이를 시작했다가1년도 채우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간 사람들이 꽤 있었다.나는 그들이 왜 떠났는지 궁금했고,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사람들과 연락이 닿았다.이 글은 내가 직접 만나 들은귀촌 후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된 4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정리한 글이다.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그 안.. 2025. 7.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