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를 꿈꾸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도시처럼 집값도 안 들고, 장도 싸고, 집도 넓은데 왜 못 버텨요?”
혹은,“적당한 자금만 있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귀촌을 결심할 때 대부분은 경제적 이점을 우선순위에 둔다.
도시보다 낮은 주거비, 전기·가스·수도요금의 절감, 농산물 접근성 등은 분명 시골의 장점이다.
하지만 실제 귀촌자들의 30% 이상이 1~3년 안에 도시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돈이 부족해서일까?
나는 3년 동안 시골에서 살아오며 이 질문을 자주 던졌다.
그리고 확신하게 되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 때문이었다.
이 글은 나와 함께 살았던 이웃들, 떠난 사람들,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골에서 돈보다 중요한 3가지 – 관계, 체력, 마음가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이다.
시골살이 돈보다 중요한 것 1 – 관계: 공동체 속에서 살아야 비로소 ‘살 수 있다’
시골에서의 첫 해, 나는 꽤나 독립적인 태도로 생활을 시작했다.
"굳이 마을 사람들과 어울릴 필요가 있을까?", "나는 나대로 조용히 살아도 문제 없을 거야."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현실이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됐다.
마을 방송에서 회관 청소 공지가 나오는데 내 집은 방송이 안 들린다.
마을 단톡방이 있다는 사실을 5개월 뒤에 알았다.
쓰레기 수거일을 몰라 이웃에게 자주 물어봐야 했다.
어느 날 누군가 지나가며 이렇게 말했다.
“그 집은 참 혼자 살려 하네.”
그 말 한 마디가 깊게 박혔다.
시골에서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생활의 필수 요소였다
시골에서 관계는 '생활 기반 인프라'고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도시에서는 전기가 나가면 관리실에 전화하면 된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근처 전봇대를 아는 마을 분에게 연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장님, 마을 반장님, 또는 근처 이웃이 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통로’를 쥐고 있다.
관계가 단절되면 단순히 외로운 게 아니다.
정보가 끊기고, 구조가 무너진다.
실제로 나는 한겨울 수도가 얼었을 때, 마을 이웃에게 “열선 설치 안 했어요?”라는 말을 듣고 처음 그 존재를 알았다.
그 집은 동네에서 모여 단체 설치를 했고, 그 단톡방에 없던 나는 정보를 받지 못했다.
‘정’은 의무이자 기술이다
시골에서의 관계는 ‘기분’이나 ‘선택’이 아니다.
김장철이면 자연스럽게 반찬을 나누고, 누군가 감자를 캐면 이웃에 일부를 나눈다.
이때 받은 사람은 반드시 다음에 뭔가를 돌려주는 것이 암묵적 약속이다.
감사 인사를 넘어서, ‘주고받기’가 유지되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진다.
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도시인은 곧 ‘이기적’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그러면 마을 일에서 배제되고, 어느 순간 조용히 고립된다.
나는 실제로 이웃들과의 마찰을 겪은 사람을 두 명 봤다.
한 사람은 “사생활을 존중해달라”는 말을 한 이후, 마을 일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다른 사람은 “요즘 인사도 안 하고, 나누지도 않더라”는 말이 돌아다닌 후,
가을 수확 때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관계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이웃과의 친밀함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말 한 마디, 고생한 시간, 같이 한 봉사, 때때로 마주친 미소 —
그 모든 행동의 누적이 관계를 만든다.
나는 어느 날, 풀베기 작업을 도와드렸던 어르신이 갑자기 계란 한 판을 주신 적이 있다.
"별것 아닌데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한 마디가 몇 달 동안 내 외로움을 위로해줬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돈보다 ‘인정받는 관계’가 더 큰 자산이라는 것을.
시골살이 돈보다 중요한 것 2– 체력: 시골살이는 매일이 노동이다
도시에서 몸을 쓰는 일은 선택이다.
운동을 하거나, 취미로 텃밭을 꾸미거나, 정리할 때 한 번쯤 노동을 할 뿐이다.
하지만 시골살이에선 노동이 일상이자 필수다.
시골은 하루가 ‘몸 쓰는 일’로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부터 살펴야 한다.
밤새 바람에 날린 낙엽 정리
벌레 흔적 확인
밭 상태 점검
닭장, 개집 청소
수도 배관 동파 확인 (겨울엔)
이 모든 걸 매일 점검하지 않으면
곧바로 피해로 돌아온다.
잊은 사이 고라니가 작물을 망치고,
닭은 스트레스를 받아 알을 안 낳고,
잡초는 순식간에 밭을 뒤덮는다.
대신할 사람이 없다
도시처럼 청소 업체, 배달, 정비 서비스가 즉시 오는 구조가 아니다.
정말로 ‘나’밖에 없다.
그래서 시골살이는 체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단 하루만 게으름을 부려도
그 결과가 똑똑히 나타난다.
나는 첫 해 여름, 제초 작업을 미루다
2주 만에 허리까지 자란 풀을 마주했다.
하루 종일 베었고, 손엔 물집이 잡혔으며, 이틀간 온몸이 쑤셨다.
그때 다짐했다. “매일 조금씩, 대신 반드시 해야 한다.”
건강 관리 = 생존 전략
시골살이 3년차인 지금, 나는 체력 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매일 새벽 산책
일주일에 세 번은 스트레칭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고 작업
수분 충분히 섭취
농사 전엔 반드시 준비 운동
이런 관리 없이는 시골살이는 몸이 먼저 포기한다.
실제로 떠난 사람 중 상당수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특히 50대 이상 귀촌자의 경우
"무릎이 안 좋아서",
"허리디스크가 악화돼서" 떠난 이들이 많았다.
도시에서는 체력이 부족해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체력이 무너지면 삶 자체가 무너진다.
“돈보다 몸이 먼저”라는 말은, 시골에선 진리다.
시골살이 돈보다 중요한 것 3– 마음가짐: 현실을 받아들이는 능력
나는 지금도 종종, 귀촌 초기의 나를 떠올린다.
그땐 모든 게 낭만이었다.
아침엔 새소리로 눈을 뜨고, 점심엔 텃밭에서 땀 흘리며,
저녁엔 마당에서 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삶.
하지만 이 모든 그림의 뒤에는 '불편함'이라는 그림자가 붙어 있다.
시골살이는 불편을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수도가 얼면 물을 받아 쓰고,
택배가 늦으면 기다려야 하며,
갑작스런 정전에 대비해 랜턴을 준비해야 한다.
이웃이 갑자기 방문할 수 있고,
회관 행사 공지는 하루 전에 올 수도 있다.
이 모든 상황에서
"왜 이래?"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라는 태도로 전환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일상이 된다.
이상을 강요하면 현실이 고통이 된다
나는 처음에 이상적인 시골살이를 고집했다.
- 농약은 절대 안 쓰겠다고 다짐했고,
- 이웃들과 거리를 두려 했고,
- 도시식 텃밭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려 했다.
결과는 병충해, 고립, 수확 실패 등이였다. .
그때야 깨달았다.
시골은 자연스럽게 살아야 하는 곳이지,
도시의 연장선으로 끌고 들어오면
삶이 계속 충돌하게 된다는 것을.
마음의 유연함이 시골살이의 진짜 자산
이젠 어떤 일이 생겨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갑자기 고라니가 밭을 망쳐도,
이웃이 불쑥 찾아와도,
하수구가 막혀도,
"그래, 이게 시골이지" 하고 웃게 된다. .
그 여유는 단 하루만에 생기는 게 아니다.
매일매일 부딪히고, 수습하고, 반성하며 생긴 내면의 회복력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시골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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