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실제 이사를 하기까지, 생각보다 수많은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 시골살이 경험자로서, 처음 시골로 내려가려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현실 조언을 담았다.
귀촌을 처음 결심했을 때, 나는 인터넷에 ‘귀촌 준비’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수많은 블로그 글과 영상이 나왔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표면적인 정보에 그쳤고, 정작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없었다.
'어떤 집을 골라야 하지?', '이웃과 갈등 생기면 어떻게 하지?', '수입은 어떻게 유지하지?', '나는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귀촌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다.
삶의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전환'이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크고, 상상보다 깊다.
2년 넘게 시골살이를 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처음 시골에 내려오기 전에 알았더라면 훨씬 수월했을 것들이 정말 많았다는 사실을.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실질적 조언의 모음이다.
누군가 이 글을 통해 단 한 가지라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시골집은 ‘낭만’보다 ‘기초시설’을 먼저 봐라
귀촌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주택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쁜 한옥’이나 ‘감성적인 주택’을 기준으로 집을 고르지만,
진짜 중요한 건 전기, 수도, 난방, 도로 진입 상태다.
나는 처음에 ‘시냇물이 흐르고 산이 보이는 집’을 골랐다.
하지만 물은 자주 끊기고, 겨울에는 수도관이 얼었고,
비가 오면 진입로가 진흙탕이 되어 차가 못 들어왔다.
시골집을 고를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지하수 vs 상수도 여부
- 정화조 관리 상태
- 보일러 종류(기름, 장작, 전기)와 연료 수급 가능성
- 비포장 도로 여부
- 전기차 충전 가능 여부 (중요)
- 인터넷 설치 가능 여부 (산간 지역은 안 되는 곳 많음)
예쁜 집보다 살 수 있는 집을 먼저 고르는 것이,
귀촌의 첫 단추다.
‘마을 분위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하다
시골은 도시와 달리 개인보다 공동체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즉, 어디에 사느냐보다 누구 옆에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마을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몇 번 방문해서, 주말이나 평일에 하루 이상 머물러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봐야 한다:
- 마을회관은 얼마나 자주 모이나?
- 이장님은 어떤 스타일인가?
- 내가 말을 놓기 어려운 어르신이 많은가?
- 외지인에 대해 얼마나 개방적인가?
나는 이 부분을 대충 넘겼다가 '누가 인사 안 받더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부터는 마을 사람들과의 인사, 명절 안부 문자까지도 신경을 쓰게 됐다.
시골은 ‘사람이 좋은 마을’을 찾는 것이
‘좋은 집’을 찾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수입은 ‘원격 가능 직업’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귀촌하면 ‘작은 카페’, ‘농산물 판매’, ‘게스트하우스’ 같은 걸 꿈꾼다.
하지만 지금은 시골마저 경쟁이 치열하다.
관광지 인근이 아니라면 손님은 생각보다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골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도시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원격으로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귀촌에 유리하다.
대표적인 예:
- 글쓰기, 블로그, 유튜브 운영
- 온라인 강의
- 디자인, 영상 편집, 개발업무
- 쇼핑몰 운영
- 번역, 자막 작업
나는 블로그와 글쓰기, 영상 편집을 병행하면서
소득원을 유지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귀촌 전에 ‘나의 기술이 인터넷 기반으로 옮겨갈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골살이는 곧 경제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가족의 동의 없는 귀촌’은 절대 금물이다
혼자만 시골살이를 원하고, 배우자나 부모, 자녀가 원하지 않는 경우
그 시도는 대부분 1년 안에 실패한다.
시골에서는 도시보다 서로 부딪히는 시간이 많고,
의견 충돌이 났을 때 회피하거나 딴 데로 나갈 수 있는 선택지가 적다.
그래서 구성원 간의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로를 탓하게 되고, 결국 귀촌 자체가 실패로 끝나버린다.
귀촌 전 반드시 가족과 다음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
- 누가 주도하는가?
- 경제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 자녀 교육은 어디까지 고려했는가?
- 문제가 생겼을 때 되돌릴 수 있는 플랜B는 존재하는가?
나는 귀촌 전에 아내와 3개월간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그 덕분에 현실적인 합의와 감정적 준비가 가능했다.
‘귀촌 후 첫 3개월’이 모든 걸 결정한다
시골살이에서 첫 3개월은 마치 입대 후 첫 자대 적응기와 같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마을에서의 이미지, 관계, 리듬, 모든 게 결정된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선
다음 5가지를 기억하자:
- 무조건 인사 먼저 하기
- 작은 행사라도 빠지지 않기
- 텃밭은 꼭 가꾸기 (아예 안 하면 욕먹음)
- 마을에서 봉사 하나 맡기 (예: 환경 정비, 게시판 관리 등)
- ‘적극적으로 배우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나는 귀촌 첫 3개월 동안
이웃 어르신 7명에게 농사 배우며 일부러 “몰라서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게 마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귀촌은 ‘절대 쉬운 삶이 아니다’
귀촌을 쉽게 보지 마라.
오히려 도시보다 더 고되고, 더 외롭고, 더 불안정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은 ‘삶을 다시 배우는 곳’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다.
다만 그 가치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귀촌을 고민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자:
- 나는 지금의 불편함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나는 사람과 얽히는 공동체 안에서 지낼 수 있는가?
- 나는 '혼자'인 시간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
이 세 가지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귀촌할 자격이 충분하다.
시골살이는 ‘결단’보다 ‘준비’가 중요하다
귀촌은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라,
꾸준한 고민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끊임없는 적응이 필요한 삶의 전환이다.
나는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단순히 ‘도시가 지겨워서’가 아니라
진짜 내 삶을 내 손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서 시골을 선택하길 바란다.
예쁜 풍경과 느린 삶은
그 불편함과 수고를 감당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진짜 선물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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