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를 2년 넘게 하면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단순히 사는 장소가 바뀐 게 아니라, 삶을 대하는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도시로 돌아가고 싶지 않게 된 이유를 정리해본다.
처음 시골로 이사할 땐, 딱 1년만 살아보고 결정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진짜 괜찮다면 계속 살고, 아니면 돌아가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1년이 지나고, 또 1년이 더 지나고 나니
나는 스스로 묻고 있었다.
“왜 나는 이제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걸까?”
처음엔 낯설었던 이 삶이 이제는 내 몸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맞고 있다.
불편한 건 여전하고, 외롭기도 하고, 일이 끝도 없지만,
도시에 있었을 땐 느낄 수 없었던 어떤 감정들이
매일 조금씩 나를 바꾸고 있다.
이 글은 내가 시골살이를 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 인간관계, 시간 감각, 인생의 방향성까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정리한 이야기다.
‘귀촌 후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직접 살아본 사람으로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시간의 개념이 바뀌다
도시에서의 시간은 ‘일정표’였다.
출근 시간, 점심 시간, 퇴근 시간, 약속 시간, 마감 시간.
모든 시간이 누군가가 정해준 틀 안에서 움직였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은 늘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골에 와서 시간은 ‘자연’이 되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쉰다.
비가 오면 일은 멈추고, 바람이 불면 속도를 늦춘다.
시간은 시계가 아니라 하늘과 땅의 움직임으로 느껴졌다.
처음엔 불안했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나만 멈춰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삶의 본질은 빠르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속도대로 사는 것이다.
도시에서의 시간은 나를 재촉했지만,
시골의 시간은 나를 이해해주었다.
일의 의미가 달라지다
도시에서는 일이 곧 생존이었다.
내가 맡은 일은 대개 누군가의 계획 아래 놓여 있었고,
그 일이 끝나야만 돈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돈이 있어야만 집세를 내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시골에 오고 나서 나는 매일 ‘일’을 하고 있다.
텃밭을 갈고, 장작을 패고, 쓰러진 울타리를 다시 세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일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귀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일까?
그건 이 일이 곧 나의 삶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장작을 패지 않으면 오늘 밤이 춥고,
텃밭을 정리하지 않으면 여름 반찬이 사라진다.
일이 생존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생활의 일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일이 더 이상 나를 지치게 하지 않았다.
관계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다
도시에서는 인간관계가 많았다.
매일 마주치는 직장 동료, 가끔 보는 친구,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모임까지.
그 수는 많았지만, 진짜 대화는 드물었다.
시골에서는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대신, 한 번의 인사는 더 깊고,
한 번의 도움은 더 진심이다.
누가 김장을 하면 함께 도와주고,
누가 장례를 치르면 마을 전체가 함께 움직인다.
처음엔 이런 관계가 버겁기도 했다.
‘왜 이렇게 다 얽혀 있어야 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얽힘 안에 인간적인 온기가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감각은
도시에서는 잊고 살았던 인간 본연의 감정이었다.
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가장 극적으로 바뀐 건
돈에 대한 감각이었다.
도시에서는 늘 돈이 부족했다.
월급날이 되면 통장이 채워지고,
며칠 지나면 다시 바닥이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월세가 없고,
밥은 텃밭에서 나고,
장작은 산에서 얻는다.
물론 기본적인 지출은 있지만,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절약만 하는 삶은 아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고,
그 외에는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법을 배웠다.
이게 오히려 마음을 훨씬 편하게 해줬다.
돈에 끌려다니는 삶에서
돈을 통제하는 삶으로
한 발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다
시골에서 혼자 있는 시간은
처음엔 지루하고 답답했다.
도시에서는 늘 뭔가를 해야 했고,
혼자 있는 시간은 곧 무료함이었다.
하지만 시골에서의 고요는 달랐다.
새 소리, 바람 소리, 장작 타는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서서히 드러났다.
나는 전에는 몰랐던 나의 성향,
삶의 리듬, 감정의 변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시골은 나를 밖으로 끌어내기보다, 안으로 데려가는 공간이었다.
도시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확신하게 된 이유
2년 전만 해도
나는 다시 서울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시골살이는 잠깐의 쉼표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곳은 더 이상 ‘잠깐 머무는 곳’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식 그 자체가 되었다.
도시에서는 늘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야 했고,
삶의 속도조차 내가 선택할 수 없었다.
시골은 느리지만,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한다.
오늘 뭐 먹을지, 오늘 뭐 할지,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고, 대신 내가 나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게 진짜 자유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시골은 삶을 바꾸는 ‘장소’가 아니라 ‘태도’다
사람들은 종종 시골살이를 ‘지리적 이동’으로만 본다.
하지만 진짜 시골살이란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도시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불편한 것도, 외로운 것도, 당연히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들 위에
‘삶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시골은 답이 아니다.
하지만 시골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그 삶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하고 있니?”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매일 고민하고,
매일 조금씩 답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삶은
이제 내가 떠나고 싶지 않은 삶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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