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시골살이 진짜 현실 후기: 1년을 살아보니 알게 된 것들

eoil0023 2025. 6. 28. 17:02

서울을 떠나 시골로 귀촌한 지 1년. 자연 속에서의 삶은 상상보다 아름답지만, 그만큼 불편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직접 살아보기 전에는 몰랐던 시골살이의 진짜 현실을 낱낱이 기록한다. 도시는 모든 게 편리하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음식은 30분 안에 도착하고, 밤 12시에도 약국이 열려 있다. 버스와 지하철은 정시 운행되고, 언제 어디서든 와이파이와 LTE가 빵빵하다. 하지만 바로 그 '편리함'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느꼈다.

  모든 것이 기계처럼 자동화되고, 루틴대로 돌아가는 삶은 안정적이지만, 동시에 공허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귀촌을 결심했다.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강원도 산골짜기 작은 마을로 이사했다. 전원생활, 자연 속 여유, 텃밭과 정원, 그리고 바람과 나무 냄새가 있는 삶. 책이나 영상에서 보던 그 '시골의 낭만'이 내게도 찾아올 줄 알았다.하지만 실제로 시골에 살아보니,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었다. 아름답고 평온한 순간이 있는 건 분명했지만, 시골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철저히 ‘생활’이었고, 그 생활에는 불편, 고립, 물리적 노동, 공동체 문화라는 이름의 규칙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글은 단순한 체험담이 아니다. 직접 살아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시골살이의 명확한 현실이며, 귀촌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예방 백신 같은 정보다.

 

 

시골살이 진짜 현실이란

시골살이, 시작은 낭만이었다

이사 첫날, 일찍 일어나서 창문을 열자 산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아침 6시에 새소리로 자연스럽게 눈을 떴고,
현관문을 열면 마당에는 이슬 맺힌 풀과 닭장, 조용한 산골마을이 펼쳐졌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이 평온함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그 낭만은 불과 며칠 만에 ‘생활’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조각나기 시작했다.
먼저 부딪힌 건 생활 인프라의 부족이었다. 마트까지는 왕복 40분, 편의점은 없었고, 배달음식은 ‘불가능’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택배는 주소지가 산간지역으로 분류되어 ‘배송지연 또는 불가’ 처리되었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택배기사님이 아예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상하수도 문제였다. 우리 집은 지하수를 사용했는데, 비가 많이 오면 수질이 탁해졌고 가뭄이 들면 수압이 낮아져 세면조차 힘들었다. 보일러도 도시가스가 아닌 기름보일러라, 기름값은 겨울 한 달에 30만원을 넘기기 일쑤였다.

마을 공동체, 환영인가 감시인가

귀촌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마을 이장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씨, 이번 주 토요일 마을회관 청소 있으니까 꼭 참석하셔야 해요.” 그때 처음 알았다. 시골은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도시에서는 아무도 내 일에 관심 없었지만,
시골에서는 내가 누구와 밥을 먹고 누구와 친한지도 파악된다.

  처음에는 공동체라는 단어가 따뜻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찰당하는 느낌’도 들었다.
누가 언제 어디 다녀왔는지도 소문이 금방 돌고, 마을 행사에 몇 번 빠지면 ‘쌀쌀맞다’, ‘도시 냄새 난다’는 말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 공동체 문화가 완전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김장철에는 이웃 아주머니가 직접 담근 김치를 나눠주었고,
고추장을 잃어버리자 “우리 집 거 먼저 쓰라”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주는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교환의 논리로 작동한다는 점이었다. 받기만 하면 안 되고, 적절한 타이밍에 다시 나눠야 했다. 그 균형을 못 맞추면, 소외가 시작된다.

자연, 아름다움과 생존 사이

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라 표현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단, 자연이 항상 우호적일 때만 그렇다.

봄에는 두릅, 고사리, 냉이 등 채취할 수 있는 식물이 풍부하고 텃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봄철 늦서리 한 번이면 작물은 하루아침에 모두 죽는다. 기상청보다 더 정확한 ‘어르신들의 감’이 없으면 농사는 망하기 쉽다. 여름에는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벌레, 습기, 뱀, 지네, 장마, 그리고 정전. 한여름 밤, 방 안에서 지네가 출몰하고 전기가 나가 선풍기도 쓰지 못할 때의 절망은 상상 이상이다.  나는 여름 한철에만 방충망을 세 번 갈았고, 지네약, 개미약, 거미약을 종류별로 구비했다. 가을은 가장 찬란한 계절이다. 고구마와 감자, 배추를 직접 수확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수확한 작물은 ‘보관’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남긴다. 쥐가 창고를 습격하거나, 온도 관리가 되지 않아 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겨울은 철저한 생존의 계절이다. 눈이 오면 고립된다.도로는 얼고, 차는 움직이지 않으며, 집 앞 100미터 치우는 데 삽질을 3시간 해야 했다. 수도관이 터져 바가지로 물을 길어 쓰고, 보일러가 멈추면 전기난로나 장작불에 의지해야 한다. 이 모든 고통 속에서 나는 ‘도시는 정말 따뜻한 곳이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혼자 있는 시간, 진짜 나를 마주하다

시골은 외롭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누군가 만나려면 차로 30분 이상 나가야 한다. 도시처럼 아무 카페나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고요함은 처음엔 여유롭지만, 시간이 지나면 ‘텅 빈 공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바로 그 외로움 속에서 나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오늘 하루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걸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존감이 바닥일 때, 사람을 억지로 만나야 했던 도시의 삶과는 다르게
시골에서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나는 시골살이를 통해 ‘불편함 속에 있는 본질’을 마주했다.
반복되는 노동과 고립된 환경이 나를 시험하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진짜 삶의 감각을 되찾았다.
삶은 편리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깊게, 성실하게 살아내야 하는 것임을 배웠다.

 

시골은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다. 그곳은 도시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가진 생활 공간이며, 자연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고, 이웃은 항상 따뜻하지도 않다. 하지만 시골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자동화된 도시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생활의 온도, 시간의 흐름, 관계의 진심을 다시 배우게 해준다. 귀촌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글이 솔직한 기준점이 되길 바란다.
시골살이를 이상으로만 품는다면 반드시 부딪힐 것이고, 현실을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 삶은 도시보다 훨씬 깊고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