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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현실 23편 : 겨울, ‘생존’의 계절을 다시 맞이하다 겨울은 시골살이의 낭만이 가장 빨리 깨지는 계절이다처음 귀촌을 결심할 때 나는 봄날의 햇살과 가을의 들판을 떠올렸다. 겨울은 그저 ‘잠시 쉬는 계절’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시골에서 첫 겨울을 맞이하고 나서야 진짜 시골살이는 겨울에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난방이 잘 되는 아파트 안에서 계절을 가늠하지 않고 살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몸으로 바로 느꺼진다. 바람은 집 틈 사이로 스며들고 물은 얼고 길은 미끄러워진다. 아침마다 물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보일러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겨울이라는 단어가 ‘생존’과 가장 가까워지는 계절이 바로 이 시골의 겨울이다. 기온보다 무서운 것은 매일 반복되는 돌발 상황이다시골 겨울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다... 2025. 7. 5.
시골살이 현실 22편 : 마을회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처음 귀촌했을 때 나는 마을회관이라는 곳은 단어조차 낯설었다. 도시에서는 그런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카페나 식당에서 약속을 잡아야 했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웃과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시골은 달랐다. 마을회관이라는 공간이 실질적으로 이 마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단지 건물 하나일 뿐인데 마을의 기운은 그곳에서 흘러나왔고 사람들의 관계는 그 안에서 엮여갔다. 첫 마을회관 방문은 낯설고 조심스러웠다시골에 와서 마을 방송이 처음 울렸을 때 나는 그저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소음처럼 느꼈다. 하지만 옆집 어르신이 지나가며 “회관 가야지”라고 말했을 때 나는 비로소 그 장소가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보지 않으면 무례하게 여겨질까 걱정되어 참석.. 2025. 7. 5.
시골살이 현실 21편 : 도시에서 배운 삶의 방식이 시골에선 통하지 않았다 같은 말을 해도, 시골에선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귀촌 초기에 나는 착각했다."도시든 시골이든, 사람이 사는 건 다 똑같지 않을까?"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었다.나는 처음에는 도시에서 살아온 방식 그대로 시골에서도 소통하고 생활했다. 예의 바르고 간결한 인사사생활 존중불필요한 대화는 피하는 간명한 소통효율적인 시간 배분일 처리 중심의 행동 방식 이런 삶의 리듬은 도시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성향’으로 받아들여졌다.하지만 시골에선 그 태도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었다.어느 날 마을 회관에서 청소를 마친 후"수고 많으셨어요. 다음에 또 도울게요."라고 말하고 먼저 나왔다.그때 어르신 한 분이 조용히 말했다. “우린 일 끝나고 가만히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수다 떨다 가는 게 정이야.혼자 일만 하고 가버리면… 그게.. 2025. 7. 4.
시골살이 현실 20편 : 가을은 농사의 결과가 아니라 ‘몸의 고장’으로 돌아온다 도시에 살 때 가을은 늘 편안하고 설레는 계절이었다.하늘은 높고, 공기는 선선하며, 카페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고 커피한잔 하고 싶은 날들이 이어졌다.걷기 좋고, 나들이 가기 좋고, 어디든 낙엽이 깔려 운치 있는 계절.대부분의 사람은 가을을 ‘결실의 계절’로 떠올린다.하지만 시골에서 세 번째 가을을 맞이한 지금,나는 가을을 말할 때 ‘무너진다’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왜냐하면 시골에서의 가을은단순히 ‘수확’의 시기가 아니다.그건 곧 온몸을 혹사하고, 잠을 줄이며,자신을 갈아넣는 계절이기 때문이다.텃밭은 하루가 다르게 작물이 익고,잡초는 그 속을 비집고 자라며,과일은 제때 따지 않으면 썩기 시작한다.김장 준비, 고추 말리기, 마늘 건조, 땅 뒤집기,그리고 이웃과의 나눔까지.가을은 끝이 없다.그리고.. 2025. 7. 4.
시골살이 현실 19편 : 시골살이와 아이들 교육 가능한 선택일까? 내가 처음 귀촌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이’였다.도시에서 자라는 아이가 하루 종일 아파트와 학원 사이를 오가고,공터 대신 스마트폰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걸 보며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속도와 방향, 아이에게 정말 괜찮은 걸까?”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더 느린 삶, 더 푸른 공간, 더 많은 여백 속에서 키우고 싶다.학원 대신 텃밭에서 흙을 만지고,스마트폰 대신 나무 위에 올라가 놀고,시험 대신 ‘자기다움’을 찾게 해주는 삶을 만들고 싶었다.이런 바람을 가진 부모는 많다.그리고 그 진심은 절대 잘못되지 않았다.문제는 현실의 교육 환경이 그 진심을 버텨주지 못한다는 것이다.시골의 교육은 단순히 학교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도시처럼 시스템과 네트워크, 교육 인프라가 .. 2025. 7. 4.
시골살이 현실 18편 : 시골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3가지 시골살이를 꿈꾸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도시처럼 집값도 안 들고, 장도 싸고, 집도 넓은데 왜 못 버텨요?”혹은,“적당한 자금만 있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귀촌을 결심할 때 대부분은 경제적 이점을 우선순위에 둔다.도시보다 낮은 주거비, 전기·가스·수도요금의 절감, 농산물 접근성 등은 분명 시골의 장점이다.하지만 실제 귀촌자들의 30% 이상이 1~3년 안에 도시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돈이 부족해서일까?나는 3년 동안 시골에서 살아오며 이 질문을 자주 던졌다.그리고 확신하게 되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 때문이었다.이 글은 나와 함께 살았던 이웃들, 떠난 사람들,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시.. 2025.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