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65

시골살이 현실 17편 : 왜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가: 떠난 이들의 이야기 “이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살아야겠다.”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며 귀촌을 결심한다. 시골은 도시의 빠른 속도와 경쟁, 높은 비용 구조에 지친 사람들에게 마치 안식처처럼 다가온다. 자연, 여유, 자급자족, 인간적인 관계. 이 네 단어는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흔들고, 결국 귀촌이라는 맘을 먹고 준비하고 실제로 귀촌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일부는 다시 짐을 싸게 된다. 조용히 이삿짐 트럭이 마을에 들어오고, 어느 날부터 빈 집이 된다. 나는 시골살이 3년 동안 실제로 떠나는 사람들을 최소 다섯 번 이상 가까이에서 봤다.그 중 일부는 1년도 채우지 못했고, 어떤 이는 몇 년을 버티다 결국 떠났다..이 글은 그들의 이야기를 ‘실패담’으로 소비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시골살이를 준비하는.. 2025. 7. 3.
시골살이 현실 16편 : 텃밭 농사의 환상과 현실 귀촌을 결심한 사람들의 가장 흔한 로망 중 하나는 ‘텃밭’이다. 손수 땅을 갈고, 제철 작물을 심고, 그걸 따서 아침 밥상에 올리는 삶. 마당에 상추가 자라고, 고추를 땄다며 이웃과 나누는 삶. 그런 그림 같은 장면들은 SNS에서 수없이 소비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나도 귀촌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준비한 것도 ‘텃밭 공간’이었다.하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다. 텃밭은 결코 힐링이 아니었다. 마당의 작은 땅은 매일 돌봐야 하는 ‘고정된 업무’였고, 비가 오면 더 걱정되고, 벌레가 생기면 퇴치해야 했고, 햇볕이 너무 강하면 작물이 죽기도 했다. 상추가 쑥쑥 자라 기쁨을 주기도 했지만, 더 많은 날엔 “내가 이걸 왜 시작했을까” 싶었다.이 글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일 수도 있는 텃밭 농사를 ‘환상’이 아닌 .. 2025. 7. 3.
시골살이 현실 15편 : 여름, 진짜 지옥이 시작되는 계절 귀촌을 결심할 때, 나는 계절별 풍경을 기대했다. 봄에는 새싹이 피고, 여름에는 초록이 우거지고, 가을엔 낙엽이 흩날리며, 겨울엔 눈 쌓인 마당에서 고요함을 느끼는 삶. 그런 상상을 했다. 하지만 첫 여름을 맞이했을 때, 나는 단 하루 만에 그 환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시골의 여름은 단지 덥기만 한 계절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터지고, 썩고, 들끓는 계절이었다. 벌레가 창문을 뒤덮고, 풀은 하루 만에 무성해졌으며, 냄새는 이웃집 뒷마당까지 퍼졌다. 밖에서 일하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고, 오후에는 실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다. 도시에서는 에어컨만 켜면 해결되던 문제가, 시골에서는 삶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만큼의 충격이었다.나는 이 계절이 단지 ‘덥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2025. 7. 2.
시골살이 현실 14편 : 시골에서 친구 사귀는 법은 따로 있다 나는 원래 낯을 크게 가리지 않는 편이다. 도시에서 살던 시절에도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를 좋아했고, 관심사가 겹치기만 하면 금세 친해졌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SNS로 안부를 주고받으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시골로 내려온 이후, 나는 그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시골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건 ‘대화가 잘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말보다 행동이 먼저고, 공감보다 관찰이 먼저이며, ‘같이 무언가를 해봤느냐’가 가장 강한 연결고리가 된다. 시골에서의 인간관계는 느리게 형성되고, 천천히 깊어진다. 가벼운 인연이나 가식적인 호의로는 결코 친구까지 발전하지 않는다.특히 외지인으로서 시골에 들어왔을 때는, 그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지.. 2025. 7. 2.
시골살이 현실 13편 : 나는 왜 마을에서 ‘튀는 사람’이 되었을까 도시에서는 개성이 존중받는다. 옷을 어떻게 입든, 집을 어떻게 꾸미든, 식사시간에 무슨 음식을 먹든, 타인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답게 산다는 건 곧 자유롭게 사는 것이고, 도시의 삶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의 방임적 거리감 위에 구축되어 있다.하지만 시골로 귀촌하면서 나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회적 감각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답게’ 산다는 말은 이곳에서는 종종 ‘이상하다’는 평가로 연결됐다. 처음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나는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고, 마을 일에 참여하며 인사도 꾸준히 나누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말없이 혼자 행동하는 사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이곳에서 종종 경계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튀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누군.. 2025. 7. 2.
시골살이 현실 12편 : 봄, 농사보다 더 바쁜 계절의 시작 도시에서 살 때, ‘봄’은 단지 계절의 변화에 불과했다. 패딩을 벗고, 벚꽃이 피면 나들이를 가고, 카페 야외 자리에 앉는 정도의 일상이 전부였다. 하지만 시골에서 맞이하는 봄은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봄은 그 자체가 ‘일’이며 ‘전투’의 시작이자 ‘사회생활’의 본격적인 재가동이다. 보통 사람들은 봄이면 농사철이 시작된다고만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농사보다 더 먼저, 더 바쁘게 몰아치는 일들은 따로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시골 마을 특유의 ‘시작 의식’과 ‘공동체 의무’, 그리고 ‘생활 기반 재정비’다.겨울 동안 마을은 거의 정지 상태처럼 돌아간다. 사람들도 조용하고, 서로의 방문도 뜸해진다. 하지만 봄이 시작되면 마치 시간이 다시 흐르듯, 마을 전체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 움직임.. 2025.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