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현실 37편 : 시골에서 ‘아무도 모르게 울던 날’에 대하여
울었다. 그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날, 울고 나서야 내가 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아무도 없었고, 아무 일도 없었고, 특별히 힘든 사건도 없었다.그저 평범한 하루였고,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밭에 나가 흙을 만지고, 햇볕이 들면 마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겼다.그러다 오후쯤, 바람이 조금 불고 잔디 위로 그림자가 들 때쯤 나는 갑자기 이유 없이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지만 왜 흘렀는지 알 수 없었고, 무엇이 그렇게 서러웠는지도 설명할 수 없었다.말없이 눈물이 흘렀고, 그 상태로 나는 마당 벤치에 앉아 있었다.그제야 알았다. 나는 이미 꽤 오래 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아무도 보지 않는 이 공간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마음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던 걸.그 울음은 누군가에게 ..
2025. 7. 14.
시골살이 현실 36편 : 시골살이와 날씨 - 비, 바람, 눈이 삶을 좌우할 때
도시에서 날씨라는 것은 주로 옷차림을 결정하거나 외출 계획을 조정하는 정도의 요소였다.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기면 되고, 눈이 오면 조금 더 일찍 나서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됐고, 바람이 불어도 창문만 닫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시골로 내려오고 나서 날씨는 내 삶 전체를 바꿔버리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마당이 침수되고, 바람이 센 날이면 기울어 있던 비닐하우스가 날아가며, 눈이 오면 단순히 쌓이는 게 아니라 고립을 의미했다. 처음엔 그 변화에 당황했고, 나중엔 그것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이제는 그 모든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시골에서의 날씨는 단지 하늘의 일이 아니었다. 땅의 일이었고, 나의 일상이고, 하루의 시작을 바꾸고 끝맺음을 흔드는 결정적인..
2025.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