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47 시골살이 현실 29편 : 시골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귀촌한 지 2년이 지났다. 시골살이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계절마다 반복되는 일상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아침에 허리를 펴는 게 예전보다 느리고 무거운 걸 들었을 때 팔에 오는 통증이 하루 이상 간다. 마을 어르신 중 몇 분은 병원에 다녀오셨고, 한 분은 아예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내가 여기에 오래 살아도 괜찮을까, 나이 들어서도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그저 시골의 고요함이 좋았고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지금의 삶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몸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하고, 마을 이웃 중 몇 분이 건강 문제로 고립되는 걸 보면서 이곳이 과연 나의 노년을 보내기에 안전한 장소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시골살이와 노년의.. 2025. 7. 7. 시골살이 현실 28편 : 시골살이의 끝은 어디일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시골에 온 지 2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큰 고민없이 왔다. 오직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이곳을 선택했고, 당장의 피로를 벗어나기 위한 충동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곳에서의 삶을 조금씩 사랑하게 되었고, 동시에 이곳이 나의 종착지일 수 있을까에 대해 자주 고민하게 되었다. 시골살이는 시작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계속 살아가는 건 훨씬 더 큰 결단이 필요하다. 처음엔 자연이 좋았고, 한적한 삶이 마음에 들었다. 시계에 쫓기지 않는 시간, 농한기와 농번기를 오가며 느끼는 계절의 리듬, 밤마다 쏟아지는 별빛은 도시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호사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질문이 마음 한구석에 스며들었다. 나는 정말 이곳에서 늙어갈 수 있을까. 나의 마지막은 이 마을에서 .. 2025. 7. 7. 시골살이 현실 27편 : 귀촌 2년차,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귀촌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처음 시골에 내려왔을 땐 시골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들판에 핀 민들레가 반가웠고, 탁 트인 하늘이 멈춰버린 시간처럼 느껴졌으며, 마당에서 피어나는 이름 모를 풀들을 바라보며 ‘아, 진짜 다른 세계에 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감각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았다. 익숙해진다는 건 언제나 그렇게 빠르게 찾아왔고, 그다음엔 불편함이 고개를 들었고, 외로움이 따라왔고, 어색한 인간관계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묻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새 3년차.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 같 지만 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내 안에 깊이 자리 잡고 .. 2025. 7. 6. 시골살이 현실 26편 : 나는 왜 아직 ‘서울’을 검색하는가 서울을 떠나 시골로 내려온 것은 단순한 감정적 충동이나 로망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선택에는 도시의 구조 안에서 버티는 것이 더는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의 삶은 효율적이지만 버겁고, 기회가 넘치지만 항상 불안했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오히려 더 많이 통제당하는 느낌이 컸다. 그래서 나는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다시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시골살이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고, 조금 불편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느리고 고요한 삶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도 도시가 자꾸 떠올랐다. 별다른 이유 없이 스마트폰 검색창에 ‘서울’이라는 단어를 써보고 있는 나를 발견.. 2025. 7. 6. 시골살이 현실 25편 : 시골살이 중년 남자의 우울을 마주하다 귀촌을 결심했을 때 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도시에서의 삶은 늘 바쁘고 경쟁적이었으며,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삶 속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감정이 늘 따라다녔다. 그래서 자연과 가까운 삶을 택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이 단순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골살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 하나씩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낯설고 무서웠던 감정은 우울함이었다. 소리 없는 고요함과 외로움이 천천히 나를 삼켜 들어갔고, 나는 그 감정을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놓을 수 없었다. 몸은 바쁘고 피곤한데 마음은 허전했다시골 하루의 시작은 새벽부터였다. 가축을 돌보고, 밭일을 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고, 때로는 혼자 집을 고치고.. 2025. 7. 6. 시골살이 현실 24편 : 귀촌과 부부 사이가 흔들리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귀촌을 이야기할 때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다”는 말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시에서의 삶은 각박했고 늘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골에서라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고, 마음이 편해지면 부부 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귀촌을 하고 몇 달이 지나자 나는 그 믿음이 얼마나 단순하고 얕은 생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시골에서의 삶은 여유가 아니라 또 다른 종류의 긴장이었다. 특히 그 긴장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시작되어, 부부 관계라는 아주 민감한 영역까지 조용히 침투했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주는 정서적 충격도시에서 살던 사람에게 시골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평화로운 공.. 2025. 7. 5.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