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3 시골살이 현실 27편 : 귀촌 2년차,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귀촌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처음 시골에 내려왔을 땐 시골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들판에 핀 민들레가 반가웠고, 탁 트인 하늘이 멈춰버린 시간처럼 느껴졌으며, 마당에서 피어나는 이름 모를 풀들을 바라보며 ‘아, 진짜 다른 세계에 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감각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았다. 익숙해진다는 건 언제나 그렇게 빠르게 찾아왔고, 그다음엔 불편함이 고개를 들었고, 외로움이 따라왔고, 어색한 인간관계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묻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새 3년차.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 같 지만 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내 안에 깊이 자리 잡고 .. 2025. 7. 6. 시골살이 현실 26편 : 나는 왜 아직 ‘서울’을 검색하는가 서울을 떠나 시골로 내려온 것은 단순한 감정적 충동이나 로망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선택에는 도시의 구조 안에서 버티는 것이 더는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의 삶은 효율적이지만 버겁고, 기회가 넘치지만 항상 불안했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오히려 더 많이 통제당하는 느낌이 컸다. 그래서 나는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다시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시골살이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고, 조금 불편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느리고 고요한 삶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도 도시가 자꾸 떠올랐다. 별다른 이유 없이 스마트폰 검색창에 ‘서울’이라는 단어를 써보고 있는 나를 발견.. 2025. 7. 6. 시골살이 현실 25편 : 시골살이 중년 남자의 우울을 마주하다 귀촌을 결심했을 때 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도시에서의 삶은 늘 바쁘고 경쟁적이었으며,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삶 속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감정이 늘 따라다녔다. 그래서 자연과 가까운 삶을 택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이 단순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골살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 하나씩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낯설고 무서웠던 감정은 우울함이었다. 소리 없는 고요함과 외로움이 천천히 나를 삼켜 들어갔고, 나는 그 감정을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놓을 수 없었다. 몸은 바쁘고 피곤한데 마음은 허전했다시골 하루의 시작은 새벽부터였다. 가축을 돌보고, 밭일을 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고, 때로는 혼자 집을 고치고.. 2025. 7. 6. 시골살이 현실 24편 : 귀촌과 부부 사이가 흔들리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귀촌을 이야기할 때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다”는 말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시에서의 삶은 각박했고 늘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골에서라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고, 마음이 편해지면 부부 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귀촌을 하고 몇 달이 지나자 나는 그 믿음이 얼마나 단순하고 얕은 생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시골에서의 삶은 여유가 아니라 또 다른 종류의 긴장이었다. 특히 그 긴장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시작되어, 부부 관계라는 아주 민감한 영역까지 조용히 침투했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주는 정서적 충격도시에서 살던 사람에게 시골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평화로운 공.. 2025. 7. 5. 시골살이 현실 23편 : 겨울, ‘생존’의 계절을 다시 맞이하다 겨울은 시골살이의 낭만이 가장 빨리 깨지는 계절이다처음 귀촌을 결심할 때 나는 봄날의 햇살과 가을의 들판을 떠올렸다. 겨울은 그저 ‘잠시 쉬는 계절’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시골에서 첫 겨울을 맞이하고 나서야 진짜 시골살이는 겨울에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난방이 잘 되는 아파트 안에서 계절을 가늠하지 않고 살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몸으로 바로 느꺼진다. 바람은 집 틈 사이로 스며들고 물은 얼고 길은 미끄러워진다. 아침마다 물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보일러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겨울이라는 단어가 ‘생존’과 가장 가까워지는 계절이 바로 이 시골의 겨울이다. 기온보다 무서운 것은 매일 반복되는 돌발 상황이다시골 겨울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다... 2025. 7. 5. 시골살이 현실 22편 : 마을회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처음 귀촌했을 때 나는 마을회관이라는 곳은 단어조차 낯설었다. 도시에서는 그런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려면 카페나 식당에서 약속을 잡아야 했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웃과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시골은 달랐다. 마을회관이라는 공간이 실질적으로 이 마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단지 건물 하나일 뿐인데 마을의 기운은 그곳에서 흘러나왔고 사람들의 관계는 그 안에서 엮여갔다. 첫 마을회관 방문은 낯설고 조심스러웠다시골에 와서 마을 방송이 처음 울렸을 때 나는 그저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소음처럼 느꼈다. 하지만 옆집 어르신이 지나가며 “회관 가야지”라고 말했을 때 나는 비로소 그 장소가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보지 않으면 무례하게 여겨질까 걱정되어 참석.. 2025. 7. 5. 이전 1 ··· 4 5 6 7 8 9 10 11 다음